《그것이 알고 싶다》 제주 실종 104일의 비밀|“살아 있다”던 경찰, 그런데 야자수 숲에서 백골로 발견됐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건 이것이었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가족에게 당사자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일단 살아 있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104일 뒤, 실종자는 숙소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진 제주의 한 야자수 숲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급하신 분들은 빨간 글씨만 보셔도 이번 사건의 핵심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종 104일 만에 발견된 장 씨
9월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505회에서는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추적했습니다.
36세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밤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가족과 남자친구가 실종 신고를 했지만 생활 반응도 뚜렷한 행적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104일 뒤 장 씨는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숲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발견 장소가 장 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약 40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연락이 됐다”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실종 초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남자친구가 처음 실종 신고를 했을 당시 담당자는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부 경장이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부 경장은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뒤 장 씨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남자친구에게 알렸습니다.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않기를 원한다며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설명도 했다고 합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경찰이 직접 당사자와 연락했다고 하니 일단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후 확인 결과, 실종 뒤 경찰이 장 씨와 통화했다는 기록은 없었습니다.
더 이상했던 경찰 내부 기록
방송에서 공개된 내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 경장이 실종 관련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장 씨를 사망 처리하는 방식으로 신고 기록을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SBS는 전했습니다.
실제로 연락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왜 연락이 됐다고 알렸는지, 왜 내부 기록에는 사망 처리까지 했는지가 사건의 중요한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사례는 장 씨 사건 하나만이 아니었습니다.
한두 건이 아니었다…25건 허위 종결·조작
지난 6월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에도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는 식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내용이 방송에서 공개됐는데요.
결국 부 경장이 내용을 조작하거나 허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된 실종 신고는 총 25건에 달했습니다.
실종자를 찾아야 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경찰관이 왜 반복적으로 이런 처리를 했는지가 이번 방송의 핵심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경찰은 ‘업무 부담과 태만’을 배경으로 봤다
경찰은 부 경장에 대한 프로파일링 분석 결과를 토대로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에 대한 피로감, 회피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등이 허위 종결의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단순한 업무 태만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일부 사건에서는 다른 기록까지 찾아가며 연락처를 확인하는 등 오히려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전문가는 행동이 선택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을 보였다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동기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는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분석이며, 부 경장의 정확한 동기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발견 당일 나온 사망 원인 발표도 논란
장 씨가 발견된 뒤에도 의문은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주검이 발견된 당일 장 씨가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장 씨는 이미 백골 상태였습니다.
부검이 이뤄지기도 전이었고, 104일 동안 제대로 된 실종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남아 있는 단서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부검을 통해서도 정확한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현재 확인된 내용만으로 자살인지 타살인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발끈과 야자수, 제작진이 직접 실험한 이유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작진은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신발끈을 이용해 야자수에서 목을 매는 것이 가능한지를 살펴봤는데요.
실험에서는 이른바 불완전 의사 형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이 결과가 장 씨의 실제 사망 원인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작진 역시 실험만으로 자살이나 타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제대로 찾았다면
이번 방송을 보면서 계속 남았던 건 결국 이 질문이었습니다.
처음 실종 신고가 들어왔을 때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숙소에서 불과 4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나니 가족들이 느꼈을 허탈함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경찰의 한마디를 믿었던 가족들에게 104일이라는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됐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실종을 넘어 실종 신고를 다루는 수사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남겼습니다.
아직 단정해서는 안 되는 것들
사건이 충격적일수록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빠르게 퍼지기 쉽습니다.
현재 방송을 통해 확인된 것은 실종 신고가 허위 종결됐다는 점, 담당 경찰관이 장 씨와 실제 통화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다수의 다른 실종 신고에서도 조작 또는 허위 종결이 확인됐다는 내용입니다.
반면 장 씨가 정확히 어떻게 숨졌는지, 부 경장이 왜 이런 행동을 반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104일 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며 사건을 끝낸 경찰관.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그 104일 동안 대체 무엇이 놓쳐졌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송 내용과 회차 정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505회 공식 다시보기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